저녁 퇴근길, 깜깜한 밤에 거리의 불빛들과 많은 사람들이 지나치는 그 길
물론 길거리를 지나는데 사람을 유심히 쳐다보는 것은 아니지만,
내 앞에 커피를 든 사람에게서 뭔가 이상하게 느껴졌다.
덩치가 진짜 큰 사람이었는데, 어깨가 유난히 쳐져있었다.
계속 같은 방향이었기에 그 사람의 뒤를 따라가고 있다가 문득 생각이 든게
저 나이의 남자가 커피를 들고가네. 여자라면 몰라도. 오늘 좀 춥긴하지. 이런 생각을 했는데.
뛰어오는 외국인 아이들과 부딪쳐서 그 남자는 커피를 떨어뜨려 버렸다.
떨어뜨린 커피를 그냥 물끄러미 쳐다본 남자의 눈에는 눈물이 있었다.
그뒤 그 남자는 아무말도 없이 고개를 푹 수그리고 지하철로 향했다.
나이가 40대 정도 되어보이는 직장인. 뭔지는 모르지만,
그나마 따뜻한 커피로라도 위로 받고 싶었는지도 모르는데
그것마저 허락하지 않다니. 나의 상상력은 여기서 너무 뛰어나다는 것을 느낀다.
그 모습에서 우리 아버지의 어깨를 느꼈고, 이 시대의 남자들의 어깨가 느껴졌다.
만약 내 남편의 어깨였다면, 너무 마음이 아팠을지도 모른다.
남자든 여자든 누구든지 하고 싶은 일이 있지만, 가족이라는 무게로 자신의 꿈을
접어햐 하는 것이 현실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들의 아버지가 그랬고, 우리들의 어머니가 그랬다.
자식이라는. 가족이라는. 책임때문에 그렇게 살아왔다.
나는 이상하게 가족에게는 말주변도 별로 없고 표현도 잘 못하고 무뚝뚝하다.
여전히 안아주고 뽀뽀해주는 우리 엄마와 아빠의 사랑을 너무 많이 받아서 일까?
가족에게 하는게 뭐 있냐고, 언니는 하고 싶은거 다하지 않냐고, 너무하는거 아니냐는
동생의 투정에 결국 아무말 못하고 그냥 딸기 한박스를 사서 냉장고에 넣어놓고 작업실에 왔다.
뭐 열심히 하는것도 아니면서. 그런거 보면 나란 인간은 참 이기적이다.
세상이 무섭다. 열심히 일을 해도, 여전히 서민들은 돈을 벌수 없는 구조로 가고 있다.
빈부의 차는 하루하루가 무섭게 차이가 나고 있다. 취직 걱정에 치열하게 살아가고 있고.
취직해서도 다들 눈치보면서 살아가는게. 난 너무 무식하고 용감하게 살아가는 것 같다.
설에 ebs에서 21세기 명문직업학교라는 다큐를 보다가
잘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이태리에서 바이올린을 제작하는 학교를 다니는 중년 남학생을 보았다.
부인에게 미안하지만 부인이 지지해주고 있어서 열심히 할 수 밖에 없다고 했다.
딸은 중학생이었다. 남들은 자식 유학보낸다고 난리인데,
그 남자분도 대단했지만 남편을 믿고, 지지한 부인이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도 그럴만한 그릇이 되어야 할텐데. ㅠ.ㅠ
가족은 서로를 이해해주고, 서로를 지지해주는 것이라고.
그게 생각만큼 쉬운 것은 아닌듯하다. 난 너무 내 생각만하고 살지 않았는지.
가야할지 말아야 할지 자꾸만 생각이 많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