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전거타기

아름다운 그곳 _ 춘포역

uuulike 2007. 12. 30. 20:10

춘포역



우리집이 역과 가까운 탓에 난 아침마다 통근기차를 타고 학교를 갔다.
학교앞에서 자취를 해도 괜찮았는데, 하루중 가장 기쁜 시간은 학교 등교길.
내가 통근기차를 고집한 이유는 아침햇살아래, 풋풋한 바람, 그리고 넓고 지평선, 높은 하늘
그 넓은 들판을 보며 계절을 느꼈다. 나의 20대는 그랬다.
익산과 전주 딱 중간 사이에 있던 이 춘포역.. 그래서 은근히 기대하던 장소.
학교에 대한 추억이나 이런 건 별로 없는데 유난히 이 등교길이 나에게는 참 소중했다.
그때만 해도 드문드문 사람들이 왔다갔다했는데, 블러그같은델 뒤져보니,
창문도 막아놓고 여간 흉물스러운 것이 아니다. 진짜 멋진 곳인데.
그런 것을 생각하면, 가끔 눈물날때가 있다.
예전 교동의 찻집도 어느순간 없어져서 속상했고,
지금 다문앞의 골목도 장사속에 이상한 한정식집이 생겼다.
다문 진입로의 그 골목도 정말 좋은데. 흑백사진도 이제는 아무것도 없다.
잘 좀 관리할껄.. 한때 나름 사진찍었는데. 이제는 사각 프레임이 싫지만
은근히 그리워질때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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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글을 쓰고 춘포역등 인근의 임피역 검색을 했더니 가장 오래된 간이역이라고 한다.
지금까지 그런건 모르고 있었는데. 내년부터는 통근열차가 없어진다는 슬픈 소식이 마음을 저민다
여수박람회로 여기저기 교각이 세워진단다. 이제 그 지평선은 내 마음에만 존재한다.
시간이라는 것을 잡을 수는 없고 세상에 변하지 않는 것은 없지만
변화의 속도는 우리를 감당하지 못하게 한다.
자꾸만 먹고 사는 것에 급급해지는 우리의 모습이 참 안스럽다.
자꾸만 앞만 보는것 같아 사고가 좁아지는 느낌이다. 물론 언제나 물질과 반대가 되는 느림이겠지만.
이런 사실을 조금이라도 일찍 아니 어제라도 알았다면 아침 일찍 통근열차를 타봤어야 했는데.
마음이 너무 아프다.